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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이상하게 밥상에서 젓갈 냄새가 더 반갑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오래 묵혀 깊어진 맛이 입안에 천천히 퍼질 때, 그냥 밑반찬이 아니라 계절을 담은 음식이라는 생각이 들죠.
이번 한국기행에서는 바로 그런 시간을 담은 깻잎김치가 소개됐는데요. 단순히 장아찌가 아니라, 산골에서 숙성시켜 완성되는 발효음식의 과정을 정리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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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취와 절임
경북 영덕의 산길을 오르면 어르신 부부가 손수 채취한 깻잎이 여름 내내 장독대 옆을 채운다고 합니다. 해 뜨기 전에 산비탈에서 잎을 따고, 햇살이 강해지면 그늘에서 먼지를 털고 다듬는 일이 반복됩니다.
염도 조절을 위해 오래 절여 두면 깻잎이 자연스럽게 숨이 죽고, 계절이 깊어질수록 단단했던 잎이 발효의 기초가 됩니다. 이 과정이 있어야만 부드러운 식감과 깊은 향을 가진 깻잎김치가 만들어진다고 해요.
전갱이 젓 양념
깻잎김치의 핵심은 전갱이로 만든 젓입니다. 바닷가에서 익힌 발효 경험이 더해져 전갱이를 소금에 묻혀 숙성시키고, 더 깊어진 감칠맛이 올라올 때 달여 찌꺼기를 걸러낸다고 합니다.
고춧가루와 마늘, 생강을 섞어 만든 양념은 자극적인 짠맛이 아니라 은은하게 스며드는 감미가 특징이고, 산골에서 채취한 재료가 더해져 풍미가 더욱 진해집니다. 이 양념이 깻잎 한 장 한 장에 얇게 스며들며 삼일 정도 지나야 비로소 밥도둑이 완성됩니다.
발효가 주는 시간
이 부부의 식탁에는 깻잎김치뿐 아니라 묵은 김장김치도 큰 몫을 합니다. 반만 묻어 장독대에 오랫동안 숙성시키면 여름을 지나 겨울에 더욱 깊은 맛을 낸다고 하지요.
돼지고기와 함께 끓여내면 톡 쏘는 산미와 구수한 감칠맛이 가득한 김치찌개가 되고, 그 향과 맛은 오래 기다린 사람만이 알 수 있는 보상처럼 다가옵니다.
계절이 알아서 익히고, 사람은 서두르지 않는 음식. 발효는 시간을 들여야만 비로소 맛이 완성된다는 걸 이 산골 식탁이 보여줍니다. 그래서인지 한 장 올린 깻잎김치를 밥에 비벼 먹으면, 그 기다림이 숟가락마다 자연스럽게 묻어나는 느낌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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